독립 출판사 파도
파도 시집선 _ 10 . 사랑
빨래
캘리포니아의 이름 모를 바다 앞에서는
오늘도 빨래가 한창이다
읽을 수도 없는 글자가
앞뒤로 잔뜩 쓰인 세제를 들고
마음에 내려앉은 것 위로 남김없이 쏟아버린다
자주 꺼내어 들여다보고
닳아 없어지도록 만지작대다보면
어느새 깊어졌던 부분들은
전부 녹아 없어지고
가라앉은 방울만이 희미한 기억을 지닌다
후 후 불어 거품을 걷어내고나면
이미 보송해진 빨래에서
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을 찾는다
그 향은 이름 모를 바다의 것
짙은 파랑과 초록의 물결
짭짤하고 비릿했던 사랑의 맛
반짝였던 시간들이 눈에 선하다
끝을 모르던 바다와 사랑은
깊어져 깊어져만 가고
낯선 동네에서 혼자 눈을 뜬 나는
한 시절을 모두 널어놓았다.